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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첫 걸음 – FURST CLASS Trip in JEJU

2025년은 퍼리 이벤트가 많이 열린 한 해였다.

2024년 11월 말 열린 첫 번째 “FURST CLASS”를 시작으로, 다음 달에는 “하울 수프”가 개최되었고, 2025년에 들어서는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퍼리 이벤트가 열렸다. 퍼리 이벤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대만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2025년은 이러한 사고방식을 깨기에 충분한 한 해였다. 나 역시 일본에서 열리는 퍼리 동인 이벤트인 “케모켓”에 꾸준히 참여했지만, 2026년부터는 참여 횟수를 대폭 줄여볼까 생각한다. 그만큼 한국의 퍼리 이벤트는 횟수나 퀄리티 면에서 급성장했다. 이러한 2025년의 대미를 장식한 대형 퍼리 이벤트는 “FURST CLASS Trip”이라고 생각한다.

FURST CLASS Trip의 메인 포스터. FURST CLASS의 터줏대감인 세바스찬이 반갑게 맞아준다
(출처: FURST CLASS 공식 X)

FURST CLASS Trip은 이전의 FURST CLASS와 달리 동인 굿즈 판매 부스나 개최 측 세션, 특별 코너 없이 오로지 퍼슈팅과 교류를 중심으로 한 작은 이벤트 형식을 취했다. 그래서 “Trip”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장소도 서울에서 먼 제주도였다. 제주도 거주자가 아니라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점부터 큰 결심이 필요했는데, 이만큼만 보더라도 이번 Trip이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점이 느껴졌다.

FURST CLASS Trip이 열린 곳은 제주도에 위치한 에코랜드였다. 잘 몰랐지만 제법 유명한 테마파크였고, 5성급 호텔과 훌륭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역시 위치와 교통편. 공항에서 바로 차를 몰아도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도 그렇고, 호텔 안에 들어가면 차가 없이는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았다. 에코랜드 자체가 산속에 있어서 호텔 부대시설이 닫히면 어쩔 수 없이(?) 감금될 수밖에 없었는데, 실제로 둘째 날에는 안개비와 짙은 안개가 끼어 택시가 잡히지 않았고, 렌트카가 없는 사람들은 농담이 아닌 실제로 감금(!)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아쉬움이 있었지만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고 주변 풍경도 상당히 뛰어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밤하늘이었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건 내 인생에서 두 번째였다. 지금도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의 그 느낌은 잊혀지지 않는다. 참고로 첫 번째는 약 25년 전, 초등학교 시절 수련회에서 본 밤하늘이었다. 당시 읽었던 책에서 별의 온도에 따라 색이 다르다고 했는데, 실제로 색이 보일 정도로 선명한 광경이었다.

약간(?)의 보정이 들어가긴 했지만, 객실에서 이 정도의 별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에코랜드 내부 테마파크도 상당히 넓어서, 사실 가족 단위로 온다면 내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큰 힐링이 될 것 같았다. 이번 FURST CLASS Trip의 퍼슈팅 촬영회는 한 구역에서만 진행했는데, 그곳만 돌아다니며 촬영하는데도 약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포토 스팟도 많았고, 퍼슈팅을 해도 일반 참가자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넓어 “여기는 퍼슈팅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이다!”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호텔에서 에코랜드 테마파크로 이어지는 다리부터가 이미 훌륭한 포토 스팟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일반 참가자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퍼슈터들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도 제법 많았는데, 테마파크라는 장소 특성상 퍼슈팅이 큰 위화감 없이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부피가 큰 퍼슈터들로 인해 일반 참가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든 참가자가 매너와 질서를 잘 지킨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촬영회를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산이라 그런지 날씨가 변덕스러웠지만, 다행히 촬영회 도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번 FURST CLASS Trip은 1회차인 만큼 실험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실제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고 느꼈다. 우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자율 참가제라 인원 관리가 되지 않아 누가 왔는지 파악이 어려웠고, 스케줄 변동 시 전달이 원활하지 않았다. 실제로 퍼슈팅 당일 단체 촬영은 오후 5시 예정이었지만 비 예보로 인해 급히 오후 2시로 변경되었고, 공지도 X에 게시되었다. X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놓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이후 Trip에서 개선될 예정이라 하니 지켜볼 일이다.

24시간 글과 마주해야 하는 내 직업 특성상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어 개인적으로 기쁘다. 물론 이번 제주도 방문 중에도 급한 일을 처리해야 했지만,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상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 2026년에도 많은 퍼리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는데, 서로 경쟁하는 구도보다는 좋은 부분을 배우고 개선해 나가 이런 이벤트가 대한민국 퍼리 팬덤의 축제로 확실히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제주도를 다녀왔으니 제주도 먹부림 사진 하나쯤은 올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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