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점과 0점의 평균은 5.5점 – 소닉 언리쉬드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 소닉 시리즈는 큰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중에 별도의 리뷰로 다룰 수도 있겠지만, 2006년 말에 발매된 “소닉 더 헤지혹(2006)”이 나쁜 의미로 역대급 작품이 되면서 시리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소닉을 “파란색 시체”라고 부르는 밈까지 생겨났다. 그 이후 Wii 등을 통해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지만, 아이디어나 조작 체계는 신선했을지 몰라도 게임 평가 측면에서는 큰 호평을 받지 못했다. 사실 2006년 이전까지의 소닉 메인 시리즈가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았던 터라 상대적으로 더 박한 평가를 받은 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소닉 더 헤지혹(2006)”은… 소닉 팬인 나조차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의 괴작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XBOX360으로 도전과제를 전부 달성했던 걸 보면, 그 시절의 집념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던 것 같다.

(출처: Engadget)
이런 상황 속에서 어느 날, 해외 사이트에 소닉 신규 타이틀이라며 스크린샷 몇 장이 갑자기 올라왔다. 공식 발표 이전이었기에 단순한 루머로 여겨졌지만, 그 스크린샷 공개 후 하루이틀 만에 “소닉 언리쉬드”라는 이름으로 신규 타이틀이 발표되었다. 유출된 김에 발표한 것인지, 원래 예정되어 있던 일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소닉 팬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불안에 가까웠다. 그래픽은 인상적이었으나, 그동안 워낙 데인 경험이 많았기에 쉽게 기대를 걸 수 없었던 것이다.

(출처: Ars Technica)
이 타이틀은 발매 형태도 다소 특이했다. 일본에서는 “소닉 월드 어드벤쳐”, 일본 외 지역에서는 “소닉 언리쉬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으며, PS3·XBOX360 버전과 PS2·Wii 버전이 각각 따로 개발되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나 시스템의 큰 틀은 같았지만, 스테이지 구성에는 차이가 있었다. 당시는 아직 멀티 플랫폼 개발 체제가 지금처럼 정착되지 않았고, PS2나 Wii 역시 PS3나 XBOX360급 게임을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는 사양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PS2·Wii의 판매량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전용 버전을 별도로 개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발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번 리뷰는 PS3·XBOX360 버전을 기준으로 한다.

(출처: Reddit)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은 여러 의미에서 “대박”을 쳤다. 약 18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침체기에 빠져 있던 소닉 시리즈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시리즈가 다시 나아갈 단서를 제공해 준 고마운 타이틀이다. 동시에, 소닉 시리즈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도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묘한 선례를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이 게임은 일본 타이틀명인 “소닉 월드 어드벤쳐”에서 알 수 있듯,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각 국가 콘셉트로 구성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특히 첫 스테이지인 “윈드밀 아일”은 그리스 산토리니를 모티브로 한 지역으로, 파란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시원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레벨 구성, 뛰어난 그래픽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지금도 “소닉 언리쉬드”를 대표하는 스테이지로 꼽히는 이유다. 게임 진행은 소닉의 스피드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데이 타임”과 액션 위주의 “나이트 타임”으로 나뉘며, 스토리상 이 두 파트를 번갈아 플레이해야 한다.
제목에서 언급한 “10점”과 “1점”은 바로 이 데이 타임과 나이트 타임을 의미한다. 데이 타임이 이후 소닉 시리즈의 기반을 다진 중요한 시스템이라면, 나이트 타임은 소닉 시리즈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상징하는 요소다.
스토리상 소닉은 밤이 되면 “웨어혹”이라는 거대한 늑대 형태로 변신한다. 스피드는 상대적으로 느려지는 대신 힘이 강해진다는 설정으로, 나이트 타임은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적을 처치하는 액션 위주의 구성이다. 웨어혹은 소닉 팬덤 내에서는 묘하게 인기가 있지만,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의 평가는 바닥을 친다. 이유는 단순하다. 소닉 팬들이 원하는 것은 “스피드”이지 “액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YouTube)
실제로 “소닉 언리쉬드”의 리뷰 점수는 평균 50~60점대에 머물렀는데, 공통적으로 “데이 타임은 10점 만점에 11점, 나이트 타임은 10점 만점에 0점”이라는 평가가 반복되었다. 한 게임 안에 극찬과 혹평이 동시에 공존하는, 참으로 기묘한 사례다.
가장 큰 문제는 소닉이라는 캐릭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 방식이었다. 소닉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스피드를 핵심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플레이어 역시 빠르고 시원한 조작감을 기대한다. 그러나 나이트 타임의 웨어혹은 이러한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한다. 액션 장르라고 해서 반드시 느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베요네타” 시리즈만 보더라도 속도감 있는 액션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웨어혹은 “속도는 느리지만 힘은 강하다”라는 설정으로, 소닉 시리즈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능력치를 강화하면 조금은 나아지지만, 초반에는 이동과 공격 모두 느려 답답함이 극심하며, 과거 “갓 오브 워” 시리즈 개발자가 참여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출처: Sonic Wiki Zone)
여기에 스테이지 길이 문제까지 더해진다. 나이트 타임 스테이지는 하나당 평균 20~30분이 걸리며, 높은 랭크를 노리려면 사실상 노 데스 플레이가 요구된다. 문제는 낙사 구간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전투로 죽는 건 납득할 수 있어도, 적을 모두 처치한 뒤 이동 중 낙사하면 허탈함이 배로 커진다. 체크포인트 역시 빠른 소닉 기준으로 배치된 듯 드문 편이라, 특정 구간에서 죽으면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긴 구간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특히 마지막 스테이지인 크림슨 카니발은 소닉 시리즈 역사상 손꼽히는 악명 높은 스테이지로, 데이 타임과 나이트 타임을 번갈아 진행하며 플레이 시간이 최대 한 시간에 달한다. 숙련자라도 20분 가까이 걸리는데, 낙사 구간 배치만 보면 악의를 느끼게 할 정도다.

(출처: Zerochan)
그렇다고 데이 타임이 완벽한 것도 아니다. 데이 타임은 스테이지 레벨보다 QTE 구간에서 낙사가 빈번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QTE 판정 시간이 극도로 짧아지며, 실패 즉시 낙사로 이어진다. 여기에 데이 타임 역시 플레이 시간이 상당히 길어 한 번의 실수로 긴 구간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피로감이 크다. 후반부에는 “모르면 죽어야 하는” 패턴이 다수 등장해 반복 플레이를 강요하는 구조가 된다.
이처럼 “소닉 언리쉬드”는 소닉 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동시에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함께 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데이 타임 시스템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최신작 “소닉 × 섀도우 제너레이션즈”의 섀도우 스테이지에서 완성된 형태로 계승되었다. 나이트 타임이 발전된 형태로 재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닉 언리쉬드”는 게임성, 시네마틱 연출, 전체 구성 면에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PC로 발매된 적이 없고, 현세대 기기로도 이식되지 않아 추천하기는 다소 곤란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소닉 시리즈의 침체기를 끝내고 새로운 길을 제시한, 분명 의미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재미만큼은 여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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